황선홍호, 태국 4-0 대파 조 1위로 16강 확정…이강인 관중석서 관전
황선홍호, 태국 4-0 대파 조 1위로 16강 확정…이강인 관중석서 관전 한국 남자 축구가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조별리그 2차전에서 태국을 완파하고 조 1위로 16강행을 확정했다.황선홍 감독이 이끄는 한국 대표팀은 21일 오후 중국 저장성 진화 스포츠센터 스타디움에서 열린 대회 조별리그 E조 2차전 태국과 경기에서 4-0으로 승리했다.쿠웨이트전(9-0)에 이어 2경기 합산 13골을 폭발한 한국은 승점 6을 쌓아 E조 1위를 확정했다. 한국은 24일 바레인과 조별리그 최종전을 치른다. E조 1위는 16강에서 북한, 인도네시아, 키르기스스탄, 대만이 경쟁하는 F조 2위와 맞붙는다.한국은 전반 15분 홍현석의 헤딩골로 포문을 열었다. 이어 5분 뒤 박재용이 문전에서 태국 수비수들과 몸싸움 후 공을 뒤로 내줬고 안재준이 강하게 차 골문을 갈랐다. 기세를 올린 한국은 전반 39분 엄원상이 2대1 패스를 통해 문전으로 침투한 후 오른발 강슛으로 추가 골을 넣었다. 전반 추가 시간에는 수비수 이재익이 상대 수비진이 공을 완벽하게 걷어내지 못한 사이 강력한 슈팅으로 골을 만들었다.하지만 후반 들어 태국 골문은 더이상 열리지 않았다. 후반 32분 홍현석이 문전으로 올린 크로스를 박재용이 헤더로 연결했지만 골키퍼 선방에 막혔다. 또 후반 34분엔 조영욱이 상대 수비수로부터 공을 뺏은 뒤 골키퍼와 일대일 상황에서 슛을 시도했지만 아쉽게 빗나갔다.한편 이날 오후 항저우에 도착한 이강인은 출전 명단에서 빠졌고, 관중석에서 동료들의 활약을 지켜봤다.정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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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한국을 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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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고금리 장기화에 세계 경기둔화 경고음
미국 고금리 장기화에 세계 경기둔화 경고음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22년 만의 최고치인 현 기준금리 수준이 앞으로 1년 이상 장기화할 것임을 예고함에 따라 세계 경제가 잔뜩 긴장하고 있다. 미국을 제외한 전 세계적인 경기 둔화의 골이 깊어지고, 사상 최대치 수준으로 불어난 부채의 역습을 초래할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한층 커지고 있다.20일(현지시간) Fed 위원들은 금리 전망치를 담은 점도표에서 내년 말 기준금리가 5.1%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 6월 4.6%에서 0.5%포인트 높아진 수치다. 2025년 말 금리 전망도 3.9%로 기존의 3.4%보다 높였다. Fed 위원들은 2026년 말에나 금리가 2.9%로 2%대에 진입할 것으로 관측했다. 글로벌 투자은행들은 Fed의 이번 결정을 두고 일제히 고금리 장기화 신호를 줬다고 평가했다. 블룸버그와 뱅크오브아메리카(BOA), 씨티은행은 “점도표에서 2024년과 2025년 금리 전망을 50bp(1bp=0.01%) 상향한 것은 상당히 매파적”이라고 밝혔다. RBC캐피털마켓은 “내년 금리전망이 상향조정된 것은 이전에 예상했던 것보다 신중한 금리 인하 전환을 의미한다”고 진단했다. 미국이 긴축의 고삐를 강하게 죄면 주요국들의 금리도 높은 수준을 유지하게 돼 전 세계 경제의 부실 위험을 키울 수 있다. 국제금융협회(IIF)는 최근 글로벌 부채 모니터 보고서에서 전 세계의 국채, 회사채, 가계부채 등을 포괄하는 총부채 규모가 올해 상반기 3027조1000억 달러(약 40경 원)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초 3016조5000억 달러에 이어 다시 최대치를 경신한 것이다. 고금리에 불어난 이자 부담은 가계와 기업, 국가도 휘청이게 할 수 있다. 지난 6월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가 국가채무 증가 등을 이유로 미국의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한 것과 같은 사태가 또다시 초래될 수 있다.고금리 장기화는 한국 경제에 치명타가 될 것으로 보인다. 국내 가계부채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세계 4위인 데다, 고금리하에서도 최근 5개월간 연속적으로 증가세를 나타내면서 금융 불안 위험을 키우고 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고금리가 지속되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이나 가계부채가 부실화되는 등 금융 부실이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미국의 고금리 상황이 길어지면 한국의 대미 수출도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커진다”며 “대중 수출 부진과 겹쳐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김지현 기자 focus@munhwa.c
정유라 “조국, 양심도 없는 사람” 맹비난한 이유…조 전 장관 ‘파파라치’ 발언에 “국정원 여직원은?”
정유라 “조국, 양심도 없는 사람” 맹비난한 이유…조 전 장관 ‘파파라치’ 발언에 “국정원 여직원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배우자인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의 가석방을 두고 "파파라치 행태를 삼가달라"는 발언을 두고 국정농단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가 맹비난을 퍼부었다.정유라씨는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조국은 양심이 있냐? 남에 딸은 집 주소까지 올리더니 댁 마누라만 사람이냐"며 "남의 인권을 무시하던 사람은 본인 주변 인권도 챙길 자격 없는 법"이라고 비난했다.정씨가 언급한 내용은 지난 2012년 대선을 앞두고 벌어진 이른바 ‘국정원 여직원 댓글 사건’이다. 당시 조 전 장관은 자신의 트위터에 해당 여직원의 오피스텔 위치를 공개한 바 있다. 2012년 12월 12일 조 전 장관은 "문재인 비방 글 작업한 국정원 직원이 문을 잠그고 대치 중인 곳은 OO동 OO초교 건너편 OO오피스텔"이라는 글을 트위터에 게시했다.이와 관련, 조 전 장관은 지난 20일 ‘자녀 입시비리 및 사모펀드 투자 의혹’ 혐의로 징역 4년을 선고받은 정 전 교수의 가석방이 결정되자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그동안 따뜻한 위로와 격려를 보내주신 시민 여러분과 절절한 기도로 힘을 주신 종교인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조 전 장관은 "(정 전 교수가) 절대 안정이 필요하다"며 "집 근처에 잠복해 카메라를 들이대거나 차량으로 가족을 추적하는 등 파파라치 행태를 삼가주시길 간곡히 빈다"고 덧붙였다.조 전 장관 측은 지난 2019년 9월 기자가 딸 조민씨가 사는 오피스텔에 찾아와 초인종을 누른 것에 대해 2020년 해당 기자를 주거침입 혐의로 고소하기도 했다. 당시 ‘국정원 여직원 집을 공개한 것과 같은 상황 아니냐’는 비판 여론이 일자, 조 전 장관은 "그 여성은 선거 개입 혐의를 받는 현행범이기 때문에 딸 사건과 비교할 수 없다"고 반박한 것으로 알려졌다.임대환 기
미국 국무장관 “김정은은 독재자… 북러 무기거래 차단 모든 조처”
미국 국무장관 “김정은은 독재자… 북러 무기거래 차단 모든 조처” 워싱턴=김남석 특파원 namdol@munhwa.com 토니 블링컨(사진) 미국 국무장관이 20일(현지시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독재자’라고 부르고 북한과 러시아 간 무기 거래를 차단하기 위해 가능한 모든 조처를 하겠다고 밝혔다. 미 하원에서는 북한이 러시아와 무기 거래 시 제재를 강화하는 ‘러시아·북한 협력 제재’ 법안이 초당적으로 발의됐다.블링컨 장관은 이날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안전보장이사회 장관급회의에 참석해 “지난주 러시아는 북한 독재자 김정은을 초청했다”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군사적 협력 방안들을 논의했다고 밝혔고, 김 위원장은 러시아의 침략 전쟁에 북한의 완전하고 조건 없는 지원을 약속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북·러 간 무기 이전은 복수의 안보리 결의를 위반하는 것”이라며 “어떤 나라가 유엔과 그것이 대표하는 바를 이보다 더 멸시할 수 있을지 상상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블링컨 장관은 같은 날 NBC 인터뷰에서 “러시아는 북한·이란 같은 정권으로 향하고, 미국과 많은 나라가 제재·수출통제를 부과한 무기와 기술을 얻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한다”며 “우리는 가능한 모든 곳에서 그것을 차단하고 깨뜨리는 방법을 찾고 조처하고 있다”고 강조했다.지한파 의원모임 ‘코리아 코커스’ 공동의장인 제리 코널리(민주) 하원의원과 조 윌슨(공화) 하원의원은 18일 북한이 러시아에 무기 판매나 물질적으로 지원하는 데 책임 있는 개인·단체, 금융기관 등을 제재하도록 하는 내용의 법안을 초당적으로 발의했다. 윌슨 의원은 “김정은은 폭군동맹 일원”이라며 “법안은 독재자 김정은이 전범 푸틴의 우크라이나인 대량학살을 돕거나 이득을 얻지 못하도록 한다”고 설명했다. 반면 북한은 김 위원장의 방러를 “역사적 대외 혁명 활동”으로 칭송하며 우상화 강화에 나섰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1일 1면 사설에서 “조로(북러) 친선과 협조, 선린우호 관계를 새로운 높은 단계로 강화 발전시키고 반제 자주 위업 수행을 위한 정의의 투쟁을 힘있게 고무 추동했다”고 주장했다. 한편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는 이날 유엔 안보리에서 다시 충돌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범죄로 규정하고 러시아의 거부권 박탈을 주장했다. 반면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은 거부권은 합법적 권한이라며 우크라이나가 미국의 꼭두각시라고 반박했
옥빛 호수에 안개 드리우면… ‘몽환의 섬’ 가을색 짙어지네
옥빛 호수에 안개 드리우면… ‘몽환의 섬’ 가을색 짙어지네 임실=글·사진 박경일 전임기자 parking@munhwa.com# 섬진강댐으로 만든 호수는 왜 ‘섬진호’가 아닐까.다목적댐을 막아서 만들어진 호수는 보통 댐의 이름을 따르는 법. 소양강댐을 막아 만든 호수가 소양호이고, 충주댐을 막아 만든 호수는 충주호다. 마찬가지로 청평댐이 막은 물을 청평호, 의암댐이 막은 물을 의암호라 부른다. 그런데 여기는 다르다. 섬진강을 막아 만든 호수는 ‘옥정호’다. 왜 그럴까. 모든 이름에는, 다 이유가 있다.임실 강진면과 정읍 산내면 사이로 흐르는 강의 좁은 목을 막아 지은 섬진강댐은 1965년에 완공됐다. 국내 최초의 다목적댐이었으니 당시에는 국가 차원의 자랑스러운 토목사업이었다. 그해 12월 열린 준공식에는 박정희 당시 대통령까지 참석했을 정도였다. 당시 섬진강댐이 가둔 호수는 ‘섬진호’가 아니라 ‘운암호’였다. 왜 그랬을까. 이유인즉 이렇다. 지금의 섬진강댐 위쪽에는 일제강점기이던 1928년에 만들어진 농업용 댐 ‘운암댐’이 있었다. 운암이란 이름은 면(面)의 지명을 딴 것. 댐으로 가둔 수면적 대부분이 임실군 운암면에 속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그랬으니 댐이 만든 호수의 이름도 당연히 ‘운암호’가 됐다. 운암댐은, 그 아래쪽에 댐 높이를 두 배쯤으로 높여 물그릇을 키운 섬진강댐이 지어지면서 수몰됐다. 댐은 수몰돼 사라졌지만, 새로운 댐이 생기고 나서도 호수 이름이 그대로 남았다. 섬진강댐이 만든 호수가 운암호였던 이유다. # 일개 ‘리(里)’의 지명이 호수 이름이 되다 섬진강댐 준공식에 참석한 박 대통령이 이 문제를 제기했다. “운암호란 이름은 일제강점기 때 이름인데, 그것 말고 다른 걸로 찾아보라”고 했다. 최신 토목기술로 다목적댐을 지어놓고 일제강점기 때의 호수 이름을 고수하는 게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대통령의 추상같은 지시를 받고 놀라서 부랴부랴 찾아낸 다른 이름이 ‘옥정(玉井)호’였다. ‘옥정’은 섬진강댐 건설로 수몰된 마을 이름이었다. 사실 가장 간명하고 직관적인 이름은 ‘섬진호’였을 것이지만, 짐작해 보면 대통령 지시까지 받아 다시 짓는 이름으로는, 성의가 없어 보일 여지가 없지 않았을 테다. 옥정이란 이름을 찾아낸 건 그래서였을 것이다. 옥정이란 지명은 마을에 ‘옥같이 맑은 샘’이 있다고 해서 붙여진 것이다. ‘지나는 도인(道人)이 훗날 이곳이 옥빛 물에 잠길 것이란 예언에 따라 붙인 지명’이라는 윤색 흔적이 역력한, 믿거나 말거나 한 얘기도 있다.아무튼 댐 완공으로 만들어진 호수에다 수몰된 마을 이름을 붙인 건 유례가 없다. 면(面)도 아닌, 리(里) 단위 지명을 말이다. 수몰 마을을 기억하거나 존중하고자 했던 뜻은 절대 아니었고, 어찌어찌하다 보니 그냥 그 이름을 갖게 된 것이다. 호수 이름이 된 옥정리는 섬진강댐 건설로 물에 잠겼지만 마을은 수몰 한계선 뒤로 물러난 자리로 옮겨가서 여태 살아남았다. 섬진강댐 담수로 물에 잠긴 마을만 18개. 수몰민은 자그마치 1만9851명이나 됐다. 이들 수몰민은 정부의 이주 정책에 따라 계화도 간척지로, 안산 반월 폐염전으로 뿔뿔이 흩어졌다. 옥정리는 그나마 다행인 경우였다. 댐 건설로 만경평야 일대는 풍요의 땅이 됐지만, 댐 주변 주민들은 물에 잠긴 고향 땅을 떠나야 하는 아픔을 감수해야만 했다. # 다목적댐에 ‘여행’ 목적을 더하다 건설 당시 섬진강댐의 방점은 ‘다목적댐’에 찍혀 있었다. 다목적댐이 가진 다목적에는 홍수 조절, 농업용수 공급, 상수원 확보, 전기 발전 등이 들어간다. 그런데 섬진강댐에 또 하나의 목적을 추가해도 좋겠다. 바로 ‘경관’이다. 먹고살기 바쁜 당시에는 몰랐겠지만, 섬진강댐이 가둔 옥정호의 경관은 빼어나다. 분지형의 내륙 첩첩한 산중에 물을 가뒀으니 주위 풍경이 수반 위의 수석처럼 펼쳐진다. 백련산 능선 산줄기의 낮은 능선은 물에 잠기고, 높은 지대는 물 밖으로 나와 섬이 돼서 떠올랐다.그렇게 호반의 섬이 된 곳이 ‘붕어섬’이라고 불리는 외앗날이다. 외앗은 자두의 옛말인 ‘오얏’의 사투리. ‘날’은 산등성이를 이르는 말이다. 그러니 외앗날을 풀이하면 ‘자두 모양으로 떠오른 능선’이란 뜻이다. 외앗날은 옥정호에서 가장 빼어난 경관을 보여주는 곳이다. 특히 새벽이면 수면에서 피어오르는 자욱한 물안개가 섬 주변에 떠다니는 풍경이 으뜸이다. 해가 뜨고 난 뒤 수면 위로 반짝거리는 윤슬도 훌륭하다. 이런 풍경을 볼 수 있는 곳이 바로 호반의 국사봉전망대다. 산 위의 전망대는 아마추어 사진가들이 안개 자욱한 호수를 사진에 담으려 올라가는 촬영 명소다. 옥정호의 안개는 봄, 가을이 제철이다. 가장 안개가 근사한 때가 딱 지금쯤이다. 옥정호에는 화려한 꽃밭 정원으로 탈바꿈한 외앗날로 들어가는 출렁다리가 놓여 있고, 물안개가 피어나는 옥정호 호안에 바짝 붙어 이어지는 근사한 걷기 길인 ‘옥정호 물안개길’도 있다. 게다가 잦은 비로 옥정호의 수위가 그득 차올랐다. 1년 전에 옥정호 출렁다리를 놓은 뒤에 이어진 갈수기로 그동안에는 붕어섬 풍경이 볼품없었는데, 지금은 잦은 비로 수위가 차올라 근사한 호수 풍경을 즐길 수 있다. ‘대표적인 가을 여행지’ 목록에 옥정호의 이름을 올려야 하는 이유다.옥정호를 즐기는 또 하나의 방법이 드라이브다. 대표적인 드라이브 코스가 옥정호를 끼고 이어지는 749번 지방도로. 이 길의 호수 구간에서는 어디서든 옥정호가 보인다. ‘가장 운치 있는 드라이브 코스’를 묻는다면 망설임 없이 대답할 수 있다. 749번 지방도로 마암초등학교를 지나 운암매운탕거리로 이어지는 샛길이다. 호반에 바짝 붙어 임실과 정읍의 경계를 넘나드는 이 길은 근사한 카페가 줄지어 늘어서 있다. 그중에서 추천할 만한 카페가 ‘애뜨락’이다. 카페와 호수 사이에 도로가 있지만, 카페가 들어선 언덕의 높이로 호수를 바짝 끌어당겼다. 개방감 넘치는 야외 자리도 좋고, 두 채의 한옥 건물의 실내도 운치 있다. # 서른일곱에 요절한 배우를 기리는 곳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옥정호에서 가까운 임실 운암면에는 ‘장진영 기념관’이 있다. 암 투병 끝에 서른일곱 이른 나이에 세상을 뜬 배우 장진영을 기념하는 공간이다. 장진영의 묘가 있는 선산 아래 지은 기념관은 두 개 동(棟)으로 제법 규모가 있다. 기념관은 딸의 죽음이 못내 원통했던 아버지 장길남(88) 씨가 지은 것이다. 장 씨는 11억5000만 원의 출자금을 내서 딸의 이름을 내건 장학재단도 운영해 오고 있다. 따로 임실군 장학회에도, 전북대에도 딸의 이름으로 각각 1억 원을 기부했다.이른 새벽 아버지 장 씨가 땀으로 등이 흠뻑 젖은 채 기념관 마당을 쓸고 있었다. 전주에 사는데 그날따라 불현듯 딸 생각이 나서 경차를 손수 운전해 왔다고 했다. 기념관을 찾아왔다고 하자 장 씨는 ‘고맙다’며 전시관 문을 열어줬다. 마침 장진영의 14주기 기일인 9월 1일 즈음이었다. 해마다 찾는 이들이 줄어드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지만,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딸이 잊히는 게 아버지는 못내 서운했던 모양이다.기념관 전시실에는 장진영이 생전에 가졌던 것들이 있다. 사진이 있고, 트로피가 있고, 구두와 옷이 있다. 여권과 트렁크, 여행 책도 있다. 생전에 여행을 좋아했던지 수첩에는 제주의 맛집과 ‘다시 가고 싶은 리조트’ 목록이 빼곡했다. 일상의 물건에서 배우의 체온이 느껴져서 그런지, 짧았던 삶이 더 안타깝게 느껴졌다.실은 이런 것보다 더 가슴 뭉클했던 건 전시관 곳곳에서 보이는 아버지의 정성이었다. 딸의 사진 아래에는 말린 꽃다발이 차곡차곡 놓여 있었다. 딸에게 바쳐진 꽃을 차마 버릴 수 없었던 아버지가 손수 그 꽃을 하나하나 말렸다. 잘 살펴보면 전시관은 이런 정성으로 가득하다. 그 정성은 ‘딸을 잃은 아버지의 애통함’을 질료로 삼은 것이다. 그의 말마따나 딸이 가고 없는 지금 ‘할 수 있는 일이 그것밖에 없어서’ 구순이 코앞인 아버지는 꽃을 말리고, 부지런히 마당을 쓸고, 전시관을 닦는다.# 박제된 시간의 추억을 만나는 곳 장진영은 부잣집 딸이었다. 아버지 장 씨는 전주 남문 근처의 대형 문구점 ‘삼화노트’를 운영했다. 전주에서 학창 시절을 보냈다면 삼화노트에서 노트나 연필을 사지 않은 사람이 없었다. 지금도 장 씨는 삼화화학 대표다. 그런데 장진영은 배우로 활동하면서 집안의 지원은 전혀 받지 못했다. 생활비조차 벌어서 써야 했던 시절이 있었다. 연예 활동에 대한 아버지의 극렬한 반대 때문이었다. 평생 기업을 운영해 온 아버지 장 씨는 서예가이기도 하다. 규모 있는 전시회에서 특선도 하고, 입선도 했으니 아마추어 수준은 훨씬 뛰어넘는다. 그는 자신을 일러 “‘봉건주의 사상’으로 가득 차 있는 노인”이라고 했다. 딸의 연예계 활동을 극구 말렸던 것에 대한 회한이다. 말리는 정도가 아니었다. 미스코리아에 당선됐다는 소식을 듣고도 격려나 축하는커녕 “너는 아버지 딸이 아니다. 집에 못 들어온다”고 호통을 쳤단다. 딸 영정 앞에서도 “아버지 말 안 들어서 죽었다”고 했을 정도였다. 그 얘기를 하는 장 씨의 눈에는 눈물이 그렁그렁했다. 딸이 죽고 나서야 장 씨는 비로소 뒷바라지도 해주고 등이라도 두드려줄 걸 그랬다는 생각이 들더라고 했다.장 씨는 뜻밖에도 딸이 출연한 영화를 지금까지 단 한 편도 보지 않았다고 했다. ‘아버지 뜻을 어겨가며 딸이 한 일’을 보고 싶지 않다는 게 이유였지만, 영화 안에서 살아 숨 쉬는 딸의 모습을 보면 밀려들 슬픔을 감당할 수 없어 그러는 걸 수도 있겠다 싶었다. 기념관 뒤편 높은 언덕 위에는 장진영 묘가 있다. 둥근 밥그릇을 엎어놓은 것 같은 조형물로 봉분을 만들었는데, 어머니 가슴을 형상화한 것이란다. 그 아래 ‘국민 배우 계암 장진영 묘’란 글씨를 새겼다. ‘계암(啓巖)’은 아버지가 지어준 장진영의 호다. 그 글씨 앞에서 아버지는 또 자책한다. “‘열 계(啓)’에 ‘바위 암(巖)’이란 뜻인데 의미가 너무 강했어. 아무래도 그걸로 탈이 났지 싶어….” 장진영 기념관을 여행지로 추천하는 건, 그곳에서 배우와 영화가 고스란히 박제해 놓은 시간을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꼭 장진영의 팬이 아니라도 좋다. 무릇 대중문화는 그 시대의 모습을 박제한다. 유난히 눈웃음이 고왔던 배우 장진영. 그가 출연한 영화에서, 혹은 그가 살았던 시간에서 저마다 그 시절을 추억할 수 있다. # 최고의 홍시가 있었던 마을 임실 청웅면 옥전리에는 ‘남양수시(南陽水枾)’가 있다. 남양수시는 남양(南陽) 홍씨가 모여 사는 명동마을에서 나는, 조정에 진상되던 최고 명품 홍시 감(수시·水枾)을 이르는 이름이다. 물이 유난히 많고, 진한 단맛이 난다고 했다. 명동마을이라니 서울 명동을 떠올려 번화한 곳이겠거니 하겠지만 임실 명동마을은 실은, 산과 산 사이에 길게 홈통처럼 생긴 지형에 들어서 있는 마을이다. 밝을 명(明) 자를 써 명동(明洞)이 아니라 ‘홈통 명(椧)’ 자를 써서 명동(椧洞)이다. 명동마을 감의 명성은 1580년대 원주 목사까지 지낸 남양 홍씨 가문의 한 벼슬아치가 서울의 자기 집에서 기르던 감나무를 이곳에다 옮겨 심으면서 시작됐다. 그로부터 40여 년이 지난 뒤에 명동마을 감이 맛있다고 소문나자, 마을에서 인조 임금에게 진상했고, 영의정에게도 선물로 줬다. 인조는 이곳의 감 맛을 본 뒤에 극찬했으며, 명동마을 감을 토산품으로 지정해 궁궐에 정기적으로 공급하도록 했다.남양수시의 명성은 이후에도 이어진다. 1955년에는 전북지사가, 1957년에는 임실군수가 각각 오동나무 상자에 홍시 150개씩을 넣어 이승만 대통령에게 보냈단다. 남양수시는 시대를 건너서 당대 최고 권력자에게 보내졌을 만큼 맛있고 귀한 감이었다. 명동수시는 본래 명동마을 옛 지명인 가전(柯田)에서 따서 ‘가랏수시’라고 불렀는데, 1962년 김해 과수묘포장과 경남 임업시험장에서 가지를 잘라다가 접붙여 생육에 성공한 뒤, 품종 이름을 정하는 과정에서 집성촌을 이룬 남양 홍씨의 관향을 따 남양수시라고 부르게 됐다.# 남양수시를 찾아가는 이유 남양수시는 1981년까지만 해도 150여 그루에 달했다. 지금은 남양수시 감나무가 다섯 손가락을 겨우 넘길 정도만 남았다. 일제강점기 수탈을 피해 마을 주민들이 스스로 베어내기도 했고, 수확이 적고 수분이 많아 유통이나 보관이 어렵다는 이유로 베어진 것들도 있다. 옛 명성을 재현하기 위해 남양수시 나무를 접붙여 길러보려 애쓴 적도 있지만, 어찌 된 일인지 나무가 금세 죽기를 거듭해서 지금은 반 포기 상태다. 남양수시 감나무는 마을회관에 한 그루가 있고, 마을 안쪽 홍남표 씨 집 담장 안에 한 그루가 또 있다. 두 그루 다 높이와 수형이 모두 볼품없다. 게다가 영근 감을 찾기 어려울 정도다. 지난해에는 그래도 제법 감이 열렸다는데, 올해는 워낙 성글다. 나무 한 그루에 매달린 감이 대여섯 개에 불과하니 감나무 주인도 맛보지 못할 정도다. 마을 주민들은 “섬진강댐이 지어진 뒤부터 감이 영 예전만 못하다”고 했다. 이제 이렇게 몇 년만 더 지나게 된다면 남양수시는 맛도, 모습도 기억하는 이 없이 그저 전설로만 남을 판이다.이렇게 물을 수 있겠다. 감나무가 다 베어지고, 남은 나무에도 매달린 감이 몇 개 없는데, 왜 그 마을에 가봐야 하나. 다음은 그 대답이다. 남양수시 얘기는 어쩌면 작은 마을을 찾아가도록 하는 구실이기도 하다. 이런 핑계로라도 임실 사람들이 사는 마을 안에 들어가 보자는 것이다. 마을에는 소박한 농촌의 전형적인 모습이 있다. 언제 이런 마을의 한복판에 들어가 보겠는가. 명동마을에 들어서서 뒷짐 지고 돌담길을 걷다가 혹시 주민들을 만나거든 남양수시에 대해 물어보자. 불쑥 찾아간 마을에서 이장이 그랬듯이, 반색하면서 살아남은 감나무를 안내해 주거나, 황홀했던 홍시 맛을 구구절절 설명하며 자랑하리라. 그저 그 얘기에 고개를 끄덕여주는 것만으로도, 여행지 주민과 여행자 사이의 선의의 소통은 이뤄진다. ■ 호젓하고 그윽한 섬진강 강변길임실에는 섬진강 물길을 따라 이어지는 근사한 강변길이 있다. 그중에서도 첫손으로 꼽을 만한 구간이 진메마을에서 천담교를 지나 천담마을까지 이어지는 길이다. 비밀처럼 숨어 있는 강변 흙길이었는데, 10년 전쯤 강변 나무를 죄다 베어내고는 흙길을 포장해 자전거 도로를 놓았다. 지방자치단체들이 너나없이 ‘자전거 길 놓기’에 몰두했던 시절 얘기다. 난데없던 자전거 도로도 시간이 묵으니, 예전의 그윽한 정취를 되찾았다. 길은 늘 호젓하고 강은 고요해서, 지나는 마음까지 절로 순해진
“한일관계 최악일때 부임해서 좋아질때 떠나 홀가분”
“한일관계 최악일때 부임해서 좋아질때 떠나 홀가분” 글·사진=김선영 기자 sun2@munhwa.com“‘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는 속담이 있듯 한·일 문화 교류는 더 깊어졌다고 느낍니다.”오는 10월 22일 코엑스에서 열리는 ‘한·일 축제 한마당’ 행사 운영 위원인 추조 가즈오(中條一夫) 주한일본대사관 공보문화원장은 20일 문화일보 인터뷰에서 “올해 행사 주제는 ‘우리가 그리는 미래’로 한·일 정상 셔틀 외교가 본격화한 상황을 잘 담은 주제”라며 이렇게 말했다. 이번 행사에서는 한국 전통춤인 탈춤과 일본 후류오도리(風流踊)가 함께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된 것을 기념하는 특별공연이 펼쳐진다. 그는 또 “한국에서 ‘슬램덩크’ 등 일본 만화에 관한 관심이 높아진 만큼, 양국 만화를 소개하는 부스도 설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일본 인기 애니메이션 ‘마크로스’의 오리지널 크리에이터 중 한 명인 가와모리 쇼지(河森正治) 감독도 방한할 예정이다.추조 원장은 한·일 관계가 가장 어려웠던 2020년 한국에 부임해 양국 관계 개선의 물꼬가 터진 올해 한국을 떠나게 됐다. 그는 10월 인도네시아에 있는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대표부 공사로 부임한다. 그는 “한국 부임 초반에는 한·일 관계 악화보다 코로나19 때문에 문화 교류 활동을 할 수 없어 힘들었다”며 “최근 일본 문화에 관한 강연·세미나 기회가 늘어나 기뻤다”고 지난 3년을 회고했다. 일본 전통주인 사케 ‘소믈리에’이기도 한 추조 원장은 한국 부임 시절 써온 칼럼과 강연 내용을 모아 ‘사케 소믈리에가 들려주는 일본 술 이야기(시사 일본어사)’라는 책도 냈다. 그는 “한국 전통주 양조장과 누룩 공장을 돌아다니며 술 공부를 했던 게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그는 “예전엔 고급 초밥집 외엔 한국화된 일식당이 대부분이었는데, 최근엔 라멘, 규동 등 일본 현지의 맛을 즐길 수 있는 일식당이 늘었다”며 한·일 간 거리감이 더 좁혀졌다고 평했다. 추조 원장은 최근 일본 내에서도 ‘한류 붐’으로 인해 한국 음식과 주류가 엄청난 인기를 끌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한국 영화·드라마에서 등장 인물이 마시던 한국 술을 마셔보고 싶다는 일본인들이 늘면서 일본 편의점에서 한국 소주·막걸리를 손쉽게 구매할 수 있게 됐고, ‘치즈 닭갈비’나 ‘양념치킨’ 같은 음식점도 많아졌다”고 말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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